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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멈출 줄 모르던 폭주 기관차 로무, 마침내 질주를 멈추다

SBS Sports 김형열 | 2015-11-19 17:04:43
럭비 최고 스타 로무, 40살의 나이에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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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럭비계의 수퍼스타 로무, 마침내 질주를 멈추다!

뉴질랜드 럭비의 전설이자 세계 럭비계의 첫 번째 수퍼스타로 불리는 조나 로무가 어제 향년 40세의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 확실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로무는 20년 가까이 신장 질환으로 고생을 해왔습니다.)

1995년 남아공 럭비 월드컵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로무는 정확히 20년이 흐른 뒤 후배들이 영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급사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럭비 월드컵에 대한 인지도나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럭비 월드컵은 축구 월드컵, 올림픽에 이어서 F1, 세계 육상 등과 함께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힙니다. 올 해 영국에서 열렸던 럭비 월드컵(20팀 참가)에는 48경기에 247만 관중, 경기당 평균 5만 1,621명의 관중이 들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병마에 발목이 잡히고 다시 재기에 성공하지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 로무의 드라마 같은 삶을 돌아봤습니다.


● 세계가 놀란 신성의 등장!

▶ '1995년, 1999년 럭비 월드컵' 로무 크라이 영상 보러가기

뉴질랜드 옆에 위치한 조그만 섬나라 통가 출신의 부모를 둔 로무는 1975년 5월에 태어나 19살이던 1994년에 ‘올 블랙스’(뉴질랜드 럭비 대표팀, 상하의 모두 검은 유니폼을 입어 'All Blacks'라는 애칭으로 불림)의 유니폼을 입습니다. 그리고 1995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 처음 나서자마자 세계 럭비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cf. 1995년 럭비 월드컵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남아공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스포츠 대회입니다. 당시 인종 차별 정책에서 힘겹게 벗어난 흑인들은 백인들의 스포츠인 럭비를 몰아내려 했지만, 만델라 대통령은 오히려 럭비 월드컵을 유치해 흑백 화합을 이끌려고 했고, 남아공 럭비 대표팀이 이 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며 남아공은 처음으로 피부색과 상관없이 하나로 뭉쳤습니다.

이 이야기는 2009년에 ‘인빅터스’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는데 영화에서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모건 프리먼)과 남아공 대표팀의 주장 프랑소와 피에나르(맷 데이먼)가 주인공이었지만, 실제로 대회 기간 내내 그리고 대회가 끝난 뒤까지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인물은 남아공 대표팀에 져 준우승에 그친 뉴질랜드 대표팀의 로무였습니다.)

로무는 첫 경기인 아일랜드전에서 2개의 트라이를 기록했고, 스코틀랜드와 8강전에서도 결정적인 트라이를 성공하며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와 4강전에서는 무려 4개의 트라이를 성공하며 ‘올 블랙스’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습니다.(잉글랜드전 첫 번째 트라이 때 상대 두 명을 제치면서 중심을 잃고도, 정면에서 막고 있는 잉글랜드의 마이크 캣 선수를 그대로 밀고 뛰어가 득점한 장면은 역대 럭비 월드컵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신장 196cm, 몸무게 120kg의 거구에 100m를 10초대에 달리는 로무는 말 그대로 폭주 기관차였습니다. 엄청난 힘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달려드는 선수들은 가볍게 밀쳐냈고, 그래도 상대 선수들이 메달리면 그대로 달고서 뛰었습니다. (로무를 막기 위해 세계적인 정유회사 ‘셸’의 남아공 지사는 로무에게 태클을 걸어서 넘어뜨리는 남아공 선수에게는 한 번 막을 때마다 120만원씩 주겠다며 현상금(?)을 걸기도 했습니다.) 로무는 비록 결승전에서 상대팀의 철저한 밀집 수비에 막혀 연장 끝에 패했지만,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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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레 찾아온 시련…그래도 'Impossible is nothing'

혜성처럼 등장하자마자 바로 시련이 찾아옵니다. 로무의 엄청난 체격과 운동 능력에 미국 NFL 구단들까지 관심을 보이던 1995년 말 로무는 자신의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도 로무는 계속 럭비를 했고 1999년 월드컵 때는 다시 8개의 트라이를 기록하며 월드컵 통산 최다 트라이(15개) 기록까지 세웠지만 더 이상 버티지는 못했습니다. 자칫하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로무는 2002년에 올 블랙스 유니폼을 벗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았습니다. 로무는 2004년에 신장 이식 수술을 받고 2005년에 다시 필드로 돌아옵니다.

(cf. 로무의 이야기는 축구 천재 메시의 광고로 익숙한 ‘불가능은 없다’는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의 시리즈 광고 중 하나로 제작되었습니다. ▶ 아디다스 광고 영상 보러가기)

이미 30대에 접어든 상태에서 큰 수술까지 받은 로무의 활약은 예전 같지는 않았습니다. 로무는 꿈에 그리던 뉴질랜드 대표팀의 유니폼을 다시는 입지 못했고, 프로팀도 뉴질랜드에서 영국 웨일스로, 다시 프랑스로 옮겨야 했습니다. 하지만 로무는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렸고 로무가 뛰는 경기에는 수많은 관중이 찾았습니다.

몸이 버티지 못해 은퇴와 복귀를 반복했지만 로무는 럭비에 온 인생을 걸었고 평생 숙원이었던 럭비 월드컵 금메달을 후배들이 2011년과 2015년에 2회 연속 목에 거는 것을 지켜본 뒤 집으로 돌아와 눈을 감았습니다. 월드컵 두 대회 출전에 15트라이(75득점), A매치 63경기 출전에 37트라이(165득점)의 기록을 넘어서 로무는 전 세계 럭비 팬과 스포츠 팬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트라이 마크를 안겨주고 떠났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조나 로무는 현대 럭비의 얼굴을 바꾼 선수이다”

故 이안 울드리지(영국의 전설적인 스포츠 기자)
“조나 로무의 혜성 같은 등장은 오직 축구의 펠레, 복싱의 알리 정도만 비교할 수 있다”


(SBS 김형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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