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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박에 현금 몰아주기' 日 야구계, 연이은 추문에 흔들

SBS Sports 이은혜 | 2016-03-23 11:43:48
이미지일본 야구계가 연초부터 끊이지 않는 추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터진 사건만 해도 몇 년 간에 걸쳐 발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파문들이다. 설상가상으로 후폭풍도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 왔지만 일본 야구계는 여전히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2일 '닛칸 스포츠'를 비롯한 일본 주요 언론들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에 이어 야쿠르트 스왈로스도 팀 내에서 선수들끼리 '현금 몰아주기' 행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왈로스는 사건 발생 초기 타 구단들과 달리 "선수들 간에 현금을 주고 받는 행위는 없었다"며 의혹을 일체 부정했지만 조사 결과 같은 행위가 적발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야구계를 덮친 연이은 '추문'의 발단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에서는 삼성 라이온스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 등 일부 선수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실이 알려지며 문제가 됐다. 이 수사 선상에는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서 활약하던 오승환도 이름을 올렸다. 결국 임창용과 오승환은 해외원정 불법 도박사실이 적발되면서 법원으로부터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 시기를 전후해 일본 야구계에 거대한 '도박파문'이 불어 닥쳤다. 2015년 10월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 투수 후쿠다 사토시, 가사하라 쇼키, 마츠모토 류야가 자국 고교야구, 메이저리그 경기는 물론이고 일본 프로야구 경기 등을 대상으로 한 도박에 수 차례 돈을 걸었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의 행위는 '선수가 직접 뛰지 않는 경기에 대해서도 일체의 도박행위를 금한다'는 일본 프로야구의 야구협약에 위반되며 당시 일본 경시청의 수사 역시 즉각 시작됐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 프로야구계에서 존재감이 남다른 구단이다. 일본의 수도 도쿄를 연고로 하는 팀이자 팬 규모에서도 타 구단과는 '급'이 다르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최대 구단이자 상징과도 같은 팀에서 '도박 추문'이 불거져 나오자 스캔들의 파장은 해를 넘겨도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요미우리는 3월 중순 현 시점에도 지난 몇 년 간 팀 내에서 빈번히 이뤄져 온 선수들간의 '현금 몰아주기' 행위가 다시 도마위에 올라 있다.
이미지무엇보다 야구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가 연일 끊이지 않던 가운데 일본 야구계는 또 하나의 '매머드'급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올해 초인 지난 2월 2일, 일본의 전설적인 타자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각성제 소지 및 사용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 일본 고교 야구 최고 명문인 PL학원 출신 타자 기요하라는 고교시절 같은 학년이던 투수 쿠와다 마스미와 함께 일본 고교 야구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고시엔으로 알려진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에서 기요하라는 통산 13홈런을 기록하며 전설적인 타자의 반열에 올랐는데 이 기록은 2016년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세이브 라이온즈에서 입단 첫 해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끈 선수다.

하지만 기요하라는 지난 2월 초 수 년 간에 걸친 마약류의 각성제 복용 혐의로 체포되면서 전설적인 영웅에서 한 순간에 '용의자' '피고인'으로 불리는 최악의 추락을 경험하게 됐다. 더욱이 마약 투약과 관련해 구입 과정에서 일본 폭력단과 연계되어 있었다는 의혹, 기요하라가 현역일 당시 소속되어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각성제를 복용해 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일본 야구계를 덮친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도박에 이어 각성제 복용 스캔들이 연타를 날린 일본 야구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기는 커녕 리그 전체의 도덕성이 의심 받고 있는 최악의 분위기다.

역시 또 한 번의 발단은 요미우리. 3월 초, 야구도박으로 이미 3명의 선수가 영구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또 한 번의 도박 스캔들이 불거져 나왔다. 팀 내에서도 앞선 3명의 선수와는 존재감이 달랐던 1군 투수 다카기 교스케가 "최근 몇 년 간 수 차례 야구도박을 해 왔다"며 눈물의 기자회견을 연 것. 한 차례 도박파문을 맞았던 요미우리는 구단 수뇌부가 다카기 교스케의 도박 사실을 파악하자 즉각 전원 사퇴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와타나베 츠네오 구단 최고 고문과 시라이시 코지로 구단주에 이어 모모이 쓰네카즈 회장까지 핵심 3인방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미 '한 발' 늦은 분위기. 다카기 교스케는 앞서 처분을 받았던 3명의 선수와 달리 요미우리 마운드의 주요 전력 중 한 명이었다. 다카기 선수는 언론 앞에 직접 나서 "지난해 연말 도박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선수 중 가사하라 투수로부터 권유를 받아 도박에 손을 댔지만 관계를 끊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다. 3명이 적발 됐을 때 바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후의 일이 두려워서 였다. 지금은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도박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더욱이 다카기가 앞선 3명의 선수와 달리 1년 자격정지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분을 받자 비난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이미지이러자 곳곳에서 '터질 것'들이 터져나왔다. 역시 3월 초 일본의 한 주간지를 통해 보도된 '팀 내 현금 몰아주기' 풍토까지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요미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선수들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대형 원을 만들고 함께 '화이팅'을 외칠 때 당일 구호를 외친 선수에게 팀이 승리하면 함께 화이팅을 외쳤던 야수진 전원이 각각 1000엔 정도씩의 갹출금을 걷어 몰아주는 행위가 빈번히 이뤄졌다는 것. 도박은 아니지만 이런 현금 몰아주기 행위를 놓고 일본에서는 "팀 승리를 놓고 돈 거래를 했다"는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일본 야구팬들은 "야구선수는 모든 것을 돈으로 거래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는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요미우리가 계속되는 파문으로 몸살을 앓자 타 구단들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명문팀 한신 타이거스 역시 "선수들 간에 경기 전 화이팅을 외친 선수에게 팀이 승리할 경우 그날, 그날 일정 금액을 모아주는 행위가 있었다. 승패를 걸고 하는 도박은 아니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선수들 간에 현금이 오고가는 행위는 향후 일체 금할 방침이다"며 구단 사장이 직접 나서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일본은 주니치 드래곤스 등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구단들이 "노크 중 실수가 많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선수들끼리 현금으로 벌금을 걷는 등의 행위는 팀 내에 있지만 이미 파악 하고 있었으며, 선수들은 그 돈을 모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내용을 발표해 계속되는 추문과 최대한 관련성을 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2일에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10여 명의 선수들이 자국 고교야구 경기 등을 대상으로 스코어를 예상한 뒤 현금을 몰아주는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해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야쿠르트 구단은 "행위는 인지했지만 선수들 간의 현금 거래가 야구협약의 조항에는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처분은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정리했다.

구단들의 발빠른 대응에도 팬들의 시선이나 언론의 분위기는 전혀 우호적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 NPB 조사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는 주요 인물이자 현재 TV 해설가 등으로 활약하고 있는 장훈씨는 22일 일본 방송 'TBS'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도되고 있는 여러 구단의 선수들 간에 현금을 주고 받은 일부 행위는 도박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의 것이다.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이상 그런 행위는 향후 일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그것을 무조건 '도박'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야구계가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리그 휴식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조심히 거론되는 분위기도 있어 연이어 터진 대형 추문의 충격은 상당해 보인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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