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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역사가 될 FA컵 결승, 서울-수원 '슈퍼매치'

SBS Sports 이은혜 | 2016-11-24 14:25:01
이미지클래스는 영원한 매치가 있다. K리그에서는 일찌감치 세계적인 더비 매치로 주목받은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의 경기다. 바로 그 '슈퍼 매치'가 이번 시즌 한국 축구를 마감하는 FA컵 결승전에서 성사됐다. 9년 만에 1, 2차전 두 번의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 부활한 결승전은 1차전을 오는 27일 수원에서, 2차전을 내달 12월 3일 서울에서 치른다. 승패를 가르는 주인공은 두 팀이지만 목표는 하나다. 우승이다.

24일 오전 대한축구협회 기자회견장에서는 '2016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FC서울의 황선홍 감독과 수원 삼성의 서정원 감독을 비롯해 고요한, 주세종(이상 FC서울)과 염기훈, 홍철(이상 수원 삼성) 등이 참석해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11월 초인 지난 6일 한 발 앞서 종료된 2016 K리그 클래식 정규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FC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은 잊은 지 오래다"고 밝히며 시즌 마지막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FA컵은 자국의 프로, 아마추어 클럽이 모두 출전해 진정한 의미의 최고 축구 클럽을 결정하는 대회다. 물론 프로 리그 우승도 의미가 크지만 FA컵은 그 명예와 상징성 때문에 우승 트로피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또 대회 특성상 하위 리그 팀들의 기적 같은 우승 혹은 그 도전 스토리가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1999-2000 시즌 프랑스 리그 1에서는 인구 10만이 채 되지 않는 프랑스의 작은 소도시 칼레를 연고로 하는 FC 칼레가 그 해 프랑스 FA컵 결승까지 오르는 엄청난 기적을 연출했었다. 축구팬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일화다.

이런 기적은 FA컵이 각 라운드별로 단판승부를 치르는 토너먼트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강팀과 약팀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의해 분명히 존재하지만 축구가 '90분의 드라마'라 불리는 이유는 약팀이 강팀을 꺾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외성'의 종목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FA컵은 그런 축구의 묘미가 가장 잘 구현되는 대회. 승강 리그 체계가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정착되어 있는 축구종가 잉글랜드 역시 FA컵에서 1부 리그의 빅클럽들이 아닌 하부리그 팀들이 우승 트로피를 향해 기적에 도전하는 스토리가 큰 주목을 받곤 한다.

실제로 올해 우리 축구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인 부천 FC가 토너먼트에서 쟁쟁한 팀들을 물리치고 준결승까지 오른 것. 부천은 비록 FC서울과의 준결승에 패해 우승 도전은 좌절됐지만 2부 리그 팀의 저력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렇게 변수가 많고, 매 경기 단판 승부로 치러져 우승팀을 점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지만 전통의 명문팀들에게도 FA컵 트로피는 영예 그 이상을 의미한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직전 시즌 리그 3위까지 해당하는 팀과 FA컵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FA컵 우승은 그만큼 어렵고,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리그 내로라하는 전통 명문팀으로 자리 잡은 두 팀이지만 우승 트로피는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 여기에 공교롭게도 올해는 결승에서 서울과 수원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다시 한 번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수원, 수원-서울전은 리그에서 그 매치업이 성사될 때마다 수많은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경기다. 무엇보다 엄청난 수의 관중들이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 양 팀 경기장을 찾는다는 점은 늘 이슈의 중심에 있다.
이미지하지만 올해는 이런 분위기를 느끼기에 아쉬운 점들도 많았다. 바로 수원의 부진이다. 시즌 중에 황선홍 감독을 새로 수장으로 맞이한 서울이 하반기 탄탄한 전력 상승세를 구축하며 '1강'으로 거론되던 전북까지 제치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때 '레알 수원'으로까지 불리며 리그 내 최강팀의 위용을 자랑했던 수원은 올해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진 뒤에도 힙겹게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두 팀의 리그 대결이 다른 경기들과는 다른 차원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의 압도적인 강세와 비교하면 수원은 '전락한 명가'라는 인상이 짙어졌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FA컵 결승전은 양 팀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24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2016년은 정말 힘들었던 한 해이다.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지고도 밑까지 내려갔다. 마지막에 선수들이 열심히 해 준 덕분에 올라올 수 있었지만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FA컵 결승에 올라온 만큼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간절한 출사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원 주장 염기훈도 "우리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것이 아주 오랜 기억이 된 것 같다. 상대팀으로 만나게 된 황선홍 감독님과는 FA컵 결승전에서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황선홍 감독님이 2010년 부산을 맡고 계실 때 제가 결승골을 넣어 저희 수원이 우승했었다. 황선홍 감독님께 다시 한 번 그 기분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맞불을 지피기도 했다.

리그 성적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팀 분위기나 구단의 위상에도 큰 흠집이 난 수원은 이번 FA컵 우승 트로피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원은 모기업이던 삼성의 휘하에서 분리돼 제일기획으로 구단 운영 전반이 이관된 뒤에 전례 없는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 성적까지 부진하면서 진퇴양난인 모양새다. 성과가 없으면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FA컵 우승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회복하고 실추된 강팀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반대로 다른 상대도 아닌 라이벌 팀 서울에 패해 눈앞의 우승 트로피를 놓쳤을 경우 상처가 남길 후폭풍은 어느 때보다 쓰라릴 가능성 역시 그만큼 크다.

그렇다고 해서 FC서울이 압도적으로 우승에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의 전력이 극도로 약화됐다고는 하나 수원은 준결승에서 당시 상승 모드에 있던 울산을 극적으로 잡고 결승에 올랐다. 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만 두 골을 몰아넣으며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이런 장면은 소위 '명가'의 저력이다. 아무리 부진하다고는 하나 승리의 방정식을 알고 있는 명문팀들은 반전에 능하다는 저력도 가지고 있다. 서울로서는 수원이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인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수원만큼이나 서울도 우승이 간절하다. 승리에는 '탄력성', 다른 말로 '모멘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은 이번 시즌 7월 전임 최용수 감독의 갑작스러운 중국행이 결정되며 전격 황선홍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적 컬러가 서울에 녹아들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고 특히 리그에서 독주를 이어가던 전북의 위용은 압도적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부터 우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때 리딩 클럽의 위치에 존재했던 서울에게 전북의 독주는 클럽 자존심에도 뼈아픈 타격을 남겼다. 그런 상황을 딛고 황선홍 감독이 정규 리그 최종전에서 전북에게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것은 서울을 더욱 자극했다. 더군다나 황선홍 감독은 포항 사령탑으로 있던 지난 2013년 리그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고, 동시에 FA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 몇 안 되는 '더블' 경험 감독이다. 당시 성과는 포항이 모기업의 열악한 재정 사정 등으로 외국인 선수를 한 명도 영입하지 못한 가운데 힘겹게 이뤄낸 결과였다.

같은 시험을 두 번째 치르는 수험생이라면 이전 노하우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상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군다나 팀이 리그 우승까지 차지해 상승세에 있는 상황인만큼 FC서울로서도 결코 FA컵 우승 트로피를 놓치고 싶지 않을 터다. 리그 라이벌 구단이자 리딩 클럽으로 성장한 전북은 늘 수도권에 머물던 K리그의 흥행 진원지를 지방 구단으로까지 확산시킨 주역이 되어 있다. 나아가 이번 시즌에는 호언장담한 대로 모기업의 탄탄한 재정지원을 등에 업고 2016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 1차전에서 이미 중동 클럽 알 아인을 상대로 승리까지 거둔 상태다. 전북이 실제로 ACL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린다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FC서울 역시 더 많은 '무기'들이 필요하다. FA컵 우승은 그 대결구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리그 최강 클럽 자리를 노리는 팀에게 놓칠 수 없는 '결과물'인 셈이다. 
이미지상황이 이런 만큼 양 팀 감독들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승부를 예상했다.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우선 1차전 승부가 상당히 중요하고, 반드시 득점이 필요한 경기다. 하지만 양 팀 모두 수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 생각돼 많은 점수 차로 승부가 나진 않을 것 같다. 우리로서는 수원에서 열리는 1차전을 반드시 잡고 우리 홈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우승을 결정짓고 싶다"고 밝혔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 역시 "FA컵은 골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1-0으로 승부를 결정짓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드시 2승을 해서 우승컵을 가져오겠다. 물론 슈퍼매치 2연승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누구보다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은 물론 선수들이다. 양 팀 대결에 언제나 수많은 자존심 싸움이 걸려 있는 만큼 패배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놀랍게도 수원의 홍철은 군입대를 앞두고 휴가까지 모두 반납한 일화를 전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24일 기자회견에 서정원 감독, 주장 염기훈과 함께 참석한 수원 수비수 홍철은 "FA컵 결승전 일정이 다소 늦어지면서 군 입대를 앞두고 하루 밖에는 쉴 수 없게 됐다. 그래도 얼마나 중요한 경기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반드시 우승하고 군대에 가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황선홍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FC서울의 고요한은 "수원의 조나탄 선수가 최근 득점 기량이 물에 올라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선수다. 그리고 (염)기훈이 형은 킥 능력이 워낙 위협적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무조건 사전에 잘 봉쇄해야 할 것 같다"며 상대팀 주요 선수들에 대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함께 자리한 FC서울의 주세종은 "딱히 수원의 약점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감독님이 언제나 상대팀과의 경기에 앞서 최대한 준비하시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점에 집중할 것이다.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전북전을 잡았던 것처럼 나 스스로도 잘 준비한다면 이번 역시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2016 FA컵 결승전은 어느 팀이 승자가 되던 한국 축구사의 또 다른 한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의 매치업이 성사되면 언제나 승리라는 단순한 목표를 넘어 그 이상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자존심 싸움들이 뒤를 이었기 때문이다. 승리하게 되면 우승 이상의 '성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패배하게 되면 겪어야 할 후폭풍도 그만큼 크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와 역대급 재능으로 남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한국 축구를 견인해 왔던 황선홍 감독과 서정원 감독. 일찌감치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두 사람은 각각 리그 감독과 대표팀 코치 등으로 활약하며 지도자로서도 산전수전을 겪어왔다. 축구 감독이라는 직업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FA컵 결승전은 지도자 황선홍과 서정원의 인생에도 중요한 기록 중 하나로 남게 될 전망이다. 언제나 외나무다리 승부, 어디로도 물러날 곳이 없던 슈퍼 매치가 또 한 장의 역사적인 페이지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과 수원, 수원과 서울의 2016 FA컵 결승전 1차전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 한다. 경기는 SBS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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