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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FINAL] 베네수엘라가 보여 준 '패자의 품격'

SBS Sports 이은혜 | 2017-06-12 11:57:22

약 한 달에 걸쳐 전국 6개 도시에서 진행됐던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신기술의 도입, 새로운 승부차기 방식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FIFA의 노력들이 국제대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첫 선을 보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죠. 그라운드 안에서도 갖가지 진풍경부터 수 많은 사연들이 쏟아졌습니다.

U-20 월드컵은 성인 월드컵으로 가기 위한 '예비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출전하는 선수들의 연령이 성인 단계보다 어리다 보니 그만큼 많은 변수가 등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특정 국가가 대회 전 예상을 깨고 돌풍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매 대회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복병'이 등장하죠.

2017년 U-20 월드컵에서는 베네수엘라가 그 주인공이 됐습니다. 대회 초반 충격적으로 탈락한 아르헨티나, 독일 같은 축구 강국도, 강력한 우승후보 였지만 일찌감치 토너먼트 무대에서 탈락한 프랑스도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축구팬들이 이토록 한 마음으로 자국이 아닌 타국의 승리를 응원하는 일도 드물 듯 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자국 정세가 극도의 불안 상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제 파탄과 범죄율 증가, 반정부 시위로 거리에 나선 국민들과 폭력진압으로 맞서고 있는 정부의 대립. 각종 외신들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태가 '내전'애 가깝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때 남미의 경제 지표를 선도하던 부국은 주변국들에게 조차 두려움의 대상, 전세계적으로는 우려와 동정의 시선을 받는 나라가 되어있습니다.
이미지11일 대회 결승전을 마친 직후 베네수엘라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라파엘 두다멜 감독에게는 유독 '정치적인' 질문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자국 대통령을 향해 총과 칼을 내려 놓으라 주문한 축구대표팀 감독의 일성이 국내 취재진과 외신을 타고 전세계로 전해졌고, 결승에 진출한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일약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대회를 준비한 U-20 조직위나 현장을 찾은 취재진들 중에서도 이번 대회에서 이런 스토리가 탄생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두다멜 감독이 자국 선수들을 격려한 뒤 가장 먼저 전한 것은 승자 잉글랜드에 대한 축하였습티다. 두다멜 감독은 조국을 위해, 자신들을 응원해 주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 무엇보다 최선을 다 한 선수들을 위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며, 그것은 자신들이 잉글랜드보다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FIFA는 경기장 안에서든, 밖에서든 '정치적인' 의미의 메시지를 내포하는 행동이나 언행을 극도로 규제하고 있습니다. 축구는 정치와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두다멜 감독 역시 그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축구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베네수엘라가 이번 U-20 대회에서 만든 기적으로 자국 국민들은, 정부는 잠시 총과 칼을 내려 놓고 희망을 생각했습니다. 축구는 결국 우리 삶과 별개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결승전을 관람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던 3만이 넘는 관중에게 승자 잉글랜드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패자 베네수엘라의 '품격'이었습니다. 이들이 사력을 다 해 달린 것은 정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승리를 위해서 였습니다. 이기지 못해 그라운드에 주저 앉고, 삭일 수 없는 슬픔 때문에 눈물 흘리는 베네수엘라 선수들을 위해 승자 잉글랜드 대표팀은 그들이 시상식대로 향하는 순간 나란히 도열해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승 만큼 값진 준우승국이었던 상대팀을 향해 자연스럽게 표현된 존경심이었습니다.

선수들은 종종 말합니다. '승리 만큼 값진 패배'라는 말보다 고통스러운 찬사는 없다고. 하지만 올해 U-20월드컵 무대에서 보여 준 베네수엘라의 투혼은 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값진 패배'로 남을 듯 합니다. 승리할 것이라는 희망이 1%라도 있는 한 인간에게는 포기하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보여 준 패자의 품격입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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