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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커밍쑨 ①] 두뇌싸움 2막 '콘테-무리뉴-과르디올라'

SBS Sports 이은혜 | 2017-07-28 11:54:09
이미지훗날 누군가 2016/17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한 단어로 회상한다면 그것은 선수도, 감독의 이름도 아닐 것이다. 그 단어는 '스리백'이지 않을까. 2016/17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던 1년 전, 당시 첼시의 리그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축구전문가들은 조금 과장을 보태면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16/17 시즌을 대표하는 키워드, 스리백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반전 카드도 불과 한 시즌 만에 새로운 도전 앞에 서게 됐다. 콘테의 스리백이 2017/18 시즌에도 고스란히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기본 투자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팀이었기에 2016/17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첼시가 리그 수위권에는 오를 것이라 전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첼시는 2015/16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12월, 클럽을 전무후무한 성공가도로 이끌었던 주제 무리뉴 감독과 또 한 번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결별한 상태였고, 팀은 공중분해 수준의 풍랑을 겪었다. 무리뉴 감독 체제에서 직전 시즌을 디펜딩 챔피언으로 마쳤던 첼시가 2016/17 시즌 개막 직후에는 무려 9연패 수렁에 빠지며 순위표 16위까지 추락했던 것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사건'이다.

또 한 번 소방수로 나선 거스 히딩크 감독 지휘하에 2015/16 시즌 막판 가까스로 상처를 봉합했지만 첼시는 리그 순위표에서 고작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런 팀이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환골탈태 한 모습으로 선두권에 진입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포츠 시장 중에서서 단연 압도적인 규모의 돈이 오고 가는 프리미어리그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이 모든 상황을 반전시킨 키워드가 '스리백'이었다. 안토니오 콘테를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2016/17 시즌을 준비한 첼시는 시즌 초반까지도 전력이 들쑥 날쑥했다. 결코 '우승권'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6년 10월을 전후해 리그에서 2연패를 당한 이후 급격한 전환기를 맞았다. 리버풀과 아스날, 리그 내 명망 높은 빅클럽들, 이전의 첼시였다면 '라이벌'이라 불렀을 팀들에 연패를 당하며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고 콘테 감독은 축구계에서는 오래된 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지던 스리백 수비 라인을 들고 나와 리그의 모든 판도를 뒤흔들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첼시는 이후 파죽지세 13연승을 내달렸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압도적인 승점 차이로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축구계에서 '전술' 그리고 감독의 영역이 이토록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직전 시즌 첼시가 당했던 9연패 몰락 만큼이나 실로 충격에 가까운 사건이 됐다.

팀 전력을 좌지우지 하는 막강한 선수 1명. 예를 들어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차원이 다른 능력치를 가진 필드 플레이어의 존재 유무가 그 선수를 중심으로 팀 전력과 플레이 스타일까지 통째로 바꾸는 광경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그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전술로 인해 축구계의 트렌드가 뒤바뀐 것은 2000년대 들어, 최근으로 치면 2010년을 전후해 '티키타카'를 유행시킨 스페인 축구계의 흐름 이후 실로 오랫만에 보는 센세이션한 현상이었다.
이미지더욱이 그 시도가 기존의 현상처럼 새로운 도전이나 실험이 아닌 구시대의 전술을 재해석하고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축구는 팀 스포츠이고, 감독의 존재는 여전히 이토록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제 몸에 잘 맞는 전술은 팀을 순식간에, 일종의 운까지 더해진다면 아주 완벽에 가깝게 바꿔놓을 수 있다. 2016/17 시즌 첼시와 콘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또 한 번 증명한 진리다.

하지만 2017/18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이 약 보름 앞으로 다가 온 지금. 이 치열한 리그를 주도하는 감독들의 '두뇌싸움'은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시쳇말로 콘테 감독 앞에서 '굴욕'을 면치 못했던 주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나란히 2016/17 시즌부터 맨체스터 연고 클럽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두 감독에게는 전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미 스페인 라 리가 시절 각각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며 엘 클라시코 혈전을 치렀던 두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존 축구계 최고의 '브레인'들이다.

그러나 두 감독들은 자신들이 맡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나란히 첫 시즌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술, 전략, 절묘한 팀 운영능력, 지능적인 선수단 장악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감독들이지만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접수'한 감독은 무리뉴도, 과르디올라도 아닌 콘테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의 예상을 비켜 간 결과였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 점유율을 높이고, 최전방 공격진에서 터지는 강력한 '한 방'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무리뉴 감독의 철저한 실리축구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지능적인 패스 전개와 번뜩이는 공격 루트를 창조해 내며 빠르게 주도권을 가져간 뒤 절대적인 우위 속에 승리를 일궈내는 과르디올라의 명민한 축구도, 모두 콘테의 얼핏보면 단순해 보이기까지 한 스리백 전술 앞에서 빛을 잃었다. 더 놀라운 것은 독주하는 첼시의 흐름을 깨기 위해, 아니 달라진 리그 판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뉴나 과르디올라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대부분의 감독들이 앞다투어 스리백을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첼시의 스리백이 성공한 것은 절묘하게도 전술 변화 이후 각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들이 기대치 대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는 결정적인 이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게리 케이힐과 다비드 루이스에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더한 첼시의 스리백 라인은 EPL 내 거의 모든 팀들이 전형처럼 사용하던 킥 앤 러쉬, 소위 카운터 어택을 철저히 방어하는 놀라운 집중도를 보였다.

여기에 수비 라인 앞에 세운 방패막 은골로 캉테를 활용해 또 하나 오랜 유물처럼 여겨지던 역할 '포어리베로'를 완충재로 보태면서 스리백 전술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스리백으로 전환한 첼시는 거짓말처럼 아자르, 페드로는 물론 좌우 윙백으로 나선 빅터 모지스와 마르코스 알론소에 이어 최전방의 코스타까지 단숨에 완벽한 포지션을 찾은 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에 맞는 전술을 찾은 것이 우선인지, 전술이 선수들에게 완벽한 포지션 역량을 부여한 것이 먼저였는지는 닭과 계란의 논쟁일 수 있지만 적어도 결과가 완벽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결국 이제는 대세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리백 전술이 다시 또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미지이 해법은 지난 2016/17 시즌 말미 무리뉴 감독이 첼시를 잡으면서 전술이 가진 허점을 노출했고 또 토트넘이 첼시와는 다른 형태의 스리백 전술로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흐름 앞에 서게 됐다. 전형적인 중앙 수비수에 가까운 수비수 3명을 활용하는 스리백과 공수 밸런스를 조율하는 중원 미드필드 조합만으로도 성공적이었던 혁명적인 시도는 그 시도가 성공한지 불과 6개월 만에 또 다시 변화와 수정을 요구하는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동시에 주목할 것은 콘테 감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인 주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나란히 새로운 팀에서 한 시즌을 보내고 '적응기'를 마친 상태라는 점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2년차 무리뉴'는 자신이 맡은 팀을 반드시, 그 타이틀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 반드시 정상으로 보내는 위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욱이 이 세 사람뿐만이 아니다. 현재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명민한 감독들로 통하는 지도자들은 사실상 거의 모두 프리미어리그에 둥지를 틀고 있다. 무리뉴, 과르디올라는 이미 자신들이 맡았던 이전 클럽에서 이룬 업적만으로도 축구사에 남을 만한 명장들이다. '스리백 혁명'을 가져 온 안토니오 콘테나 유연한 감각으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끌어내고 있는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또한 지금까지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라는 점은 이들의 두뇌싸움이 '점입가경'으로 가는 결정적 대목이다.

여기에 최근 에버튼을 리그 내 새로운 강자로 이끌며 순위표 중위권을 넘어 상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는 로날드 쿠만 감독. 최근 몇년 동안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술 트렌드로 여겨졌던 '게겐프레싱'의 예술가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까지 보태면 프리미어리그에서 벌어지는 지장들의 두뇌싸움은 실리콘밸리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의 격랑을 넘나드는 벤처기업가들의 그것 못지 않은 흥미진진함을 예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빼 놓을 수 없는 존재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동안 런던 명문 아스날을 지킨 프리미어리그의 유물, 아르센 벵거 감독이다. 어쩌면 이제는 정말로 마지막일지도 모를 노장 감독의 도전과 성공여부 또한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전 카드, 콘테와 스리백으로 2016/17 시즌 전체의 판도가 달라졌던 프리미어리그. 2017/18 시즌에는 어떤 예상이 빗나가게 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 2017/18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약 보름 뒤인 오는 8월 12일, 대망의 1라운드 경기를 시작으로 9개월 대장정에 나선다. 세계적인 명장들이 펼치는 두뇌싸움은 더욱 흥미진진한 구도 속에 그 2막을 기다리고 잇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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