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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WC] '만신창이 본선행' 신태용호, 숙제 산더미

SBS Sports 이은혜 | 2017-09-06 03:10:34
이미지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전세계적으로도 찾아 보기 힘든 대업이다. 200여 개가 넘는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가맹국 중에서 이 기록을 달성한 나라는 고작 6개 뿐이다. 우리나라는 브라질(21회 연속), 독일(16회 연속), 이탈리아(14회 연속), 아르헨티나(11회 연속), 스페인(10회 연속)에 이은 대기록을 세웠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다 최다 진출국이다. 하지만 영광스럽기만한 성과는 아니다. 그저 '대업'이라고 눈가림 하기에는 '수치'스러운 순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했지만 신태용호가 가야 할 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6일 0시 우즈베키스탄에 위치한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차전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우즈베키스탄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로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승 3무 3패, 승점 15점을 챙긴 우리나라는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가져왔다. 그러나 자력이 아닌 '어부지리'였다.

우리나라는 같은 시각 이란에서 열린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다행히 2-2로 마무리 되면서 막판까지 추격을 벌이던 시리아(승점 13점)를 승점 2점, 간발의 차로 제치고 월드컵 본선 직행티켓이 주어지는 A조 2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90분 정규 경기가 모두 마무리 된 이후까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날 원정으로 경기를 치른 시리아는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강호 이란을 상대로 선제골을 기록하는 등 무서운 집념을 보였다.

다행히 이란이 전반 막판과 후반 초반에 연이어 두 골을 몰아치며 승부를 뒤집었지만 시리아는 90분 경기가 다 종료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 종료를 약 1분 남긴 상황에서 한 골을 더 넣으며 극적으로 2-2 무승부를 만들어 냈다. 경기 시간이 조금 더 남아 있거나 시리아가 골을 더 몰아쳐 승리를 챙겼다면 우리나라의 본선 직행도 무조건 장담하기 힘들었을 상황이었다.
이미지그런 이유로 신태용호가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뤄냈음에도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대표팀을 향한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승점 2점을 더 가져온 본선행이지만 그것이 완전한 자력이 아닌 상대적 결과인데다, 막판까지 조 1위 이란을 상대로도 사력을 다 한 시리아의 모습과 비교되면서 질타의 시선은 더 커졌다.

우리 대표팀은 그 어떤 경기보다 승리가 간절했던 우즈벡전에서조차 단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하는 아쉬운 결정력을 보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쉬운 예선 통과는 없었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 본선진출은 그 어느 때보다 수치스러운 경기 내용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왔다. 실망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대표팀의 경기력 하락이다. 특히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족 문제는 대표팀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에이스 손흥민의 무득점과 단순화 된 득점 루트는 이번 최종예선을 역대급 '악몽'으로 끌고 온 가장 큰 원인이 됐다.

10차전 우즈벡전 무승부를 포함하면 우리 대표팀은 이번 최종예선 기간 동안 원정 경기에서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불안에 공격진의 무득점까지 계속되면서 감독의 리더십은 결정적인 순간 와르르 무너졌고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 놓고 대표팀 사령탑이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해 '최악의 사태'는 막았지만 자칫하면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이라는 젊은 지도자를 잃게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 전체의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상황은 최악이었지만 신태용 감독은 취임 이후 그 어떤 선수들보다 핵심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K리거들을 고르고 또 고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근본적으로는 그런 노력들이 어떻게든 월드컵 본선행을 일궈내는 원동력이 된 것도 사실이다. 코칭 스태프가 한 달 넘게 K리그 현장을 누빈 덕분에 국내파 선수들 중에서는 최정예 자원들을 불러들였고 신태용 감독은 직접 발로 뛰고, 머리를 숙여 구단들의 조기 소집까지 끌어냈다.
이미지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했던 9차전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선발명단에 대거 중용된 것은 2주 가까이 손발을 맞춘 K리거들이 아니라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다 막바지에 합류한 선수들이었다. 물론 감독이 세운 전술과 전략 그리고 그 원칙에 맞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활용할 수 없는 선수를 무턱대고 선발로 내세우라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란전과 우즈벡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번뜩이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기 흐름을 가져온 것은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되어 들어 간 이동국, 염기훈 같은 K리그 공격수들이었다.

이 시행착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중요한 경기에서 작성한 선발명단과 선수 교체투입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파악하는 일은 출발점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국내파 선수들과 해외파 선수들이 공존해 월드컵에 가야하는 대표팀의 전력 극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갑작스레 지휘봉을 넘겨 받은 신태용 감독에게 내용과 결과 모든 측면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어부지리든, 상대적인 것에서든 월드컵 본선 티켓을 가져 온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월드컵은 그저 출전하기 위해 있는 대회가 아니다. 아무리 밟고 싶어도, 30년 넘게 그 무대를 밟지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의 진짜 '숙제'가 이제부터인 이유다. 당장의 본선행에 취해 날카로운 평가를 뒤로 하고 냉정한 시선을 잃는다면 한국 축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한 번의 '월드컵 망신'일 뿐이지 않을까.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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