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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맨유의 '버스'는 1위 맨시티를 세울 수 있을까?

SBS Sports 이은혜 | 2017-12-06 16:00:10
이미지살벌한 더비가 온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라이벌전, 맨체스터 더비다. 시즌을 막론하고 두 팀의 맞대결은 늘 수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왔다.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맨체스터를 연고로 하는 이 두 팀의 대결은 언제나 축구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2017/2018 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시즌 화두는 '버스'다.

약 두 달 전인 지난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은 '2017/20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리버풀전을 앞두고 난처한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이번에도 안필드 파크에 버스를 세우실 계획인가?" 영국 언론의 집요한 공격에 무리뉴는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걱정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난 한 명의 수비수와 9명의 공격수를 데리고 경기에 나서고 있거든요"라고 응수하며 녹슬지 않은 '입심'을 과시했다.

맨유가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택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미 한 시즌도 전의 일이다. 무리뉴 감독은 2016/2017 시즌 당시, 리그 초반이었던 2016년 10월 18일 치러졌던 리버풀과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일명 '안티풋볼'로도 불리는 실용적인 노선의 전술을 택해 큰 비난에 직면했었다. 화끈한 라이벌전과 난타전을 기대했던 언론이나 팬들은 치밀한 수비전형으로 리버풀의 파상공세를 막아선 무리뉴의 선택에 비난 섞인 아쉬움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언론들은 맨유가 자신들의 골문 앞에 '버스'를 세웠다며 무리뉴가 안필드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얻어내기 위해 택한 전술을 평가절하 하기도 했다.

축구는 가장 극단적으로 '결과론'에 기대는 종목 중 하나다. 2016/2017 시즌 당시 맨유가 리버풀전을 전후해 처해있던 상황을 돌이켜보면 사실 철저히 실리주의 노선을 택한 무리뉴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맨유는 2016/2017 시즌 초반 치러졌던 맨체스터 더비에서 1-2로 패하며 팀 분위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후 리그에서 왓포드, 스토크 시티 등 중위권 팀들에게마저 잇따라 덜미를 잡혔다. 자존심이 걸려있는 리버풀 원정에서 자칫 패하기라도 할 경우 팀 분위기가 더 크게 흔들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무리뉴는 적어도 실점은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전술 운영으로 나섰지만 리버풀전 무승부는 결국 시즌 전체를 통틀어 보면 실보다는 득이 된 결과였다. 이후 맨유는 팀 전력이 차츰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리그 내에서 지속적으로 상위권 순위 경쟁을 이어가는 한편 유로파 리그 우승 도전을 효과적으로 병행하는 성공적인 선수단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제로 유로파 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고, 맨유가 그토록 원하던 챔스 무대 복귀를 이뤄냈다. 무리뉴는 현재 전세계 축구계를 통틀어 '지키는 축구' 즉, 실리축구에 있어서는 최상위의 전술을 가지고 있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당장 0-0 무승부를 만든 지난한 경기내용과 결과에 따르는 비난을 감수한다 하더라도 무리뉴가 그린 '빅픽처'까지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지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올해 10월 14일, 무리뉴는 사실상 비슷한 기조로 리버풀전에 나섰고 또 한 번 '버스 수비'를 내세우며 0-0 무승부를 챙겼다. 승리가 아닌 무승부를 '챙겼다'고 표현하는 것은 얼핏 모순이 있어보이지만 이날 경기에서 맨유는 작심하고 골문을 틀어 막아섰다. 승점 1점은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피르미누, 쿠티뉴, 살라까지 쟁쟁한 선수들을 내세운 리버풀의 파괴적인 공격진은 맨유에 비해 5배가 넘는 공격 우위를 점하고도 단 한 골을 득점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0월 이후 상위권 순위표에서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이 맨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뉴의 선택은 또 한 번 크게 '잘못되지' 않았던 셈이 된다. 영국의 일부 언론들은 '고작 승점 1점'을 얻기 위한 무리뉴의 극단적인 전술이 마치 축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냥 비난하거나 공격 DNA가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맨유라는 하이클래스 클럽의 품격에는 맞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내지만 최종 승자가 무리뉴일지, 언론일지는 또 한 번 시즌 말미의 결과가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수많은 비난과 화살에도 무리뉴의 '뚝심'은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우리시간으로 6일 새벽 맨유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에서 무리뉴의 안정적인 축구 철학은 다시 한 번 그 파워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전반 종료직전 예상치 못하게 내준 선제골로 일순간 위기에 몰렸지만 후반들어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한 방'을 활용한 효과적인 공격운용으로 2-1 승리를 끌어냈다. 지키는 축구와 단조로운 패턴의 역습. 그러나 루카쿠와 래쉬포드의 연속골로 2-1 역전승을 챙긴 맨유는 약 5년 만에 복귀한 챔스 무대에서 안정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하며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챔스와 리그를 병행하며 순항가도를 달려 온 맨유 입장에서는 오는 11일 새벽 치러지는 맨시티와의 라이벌전에서도 최소한 지지 않는 경기를 목표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특히 맨유는 최근 리그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스리백 전술로 성공적인 결과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 수문장 데헤아의 존재까지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맨유의 수비력은 시즌 초반 불안과 기복을 오가던 평가를 벗어나 무리뉴 감독 특유의 실리축구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무리뉴와 맨유가 리그 최대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를 자신들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로 불러들이는 리그 16라운드 경기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맨유가 직전 15라운드 경기에서 상위권 라이벌 팀 중 하나인 아스날을 상대로 안정적인 스리백과 데헤아의 무서운 선방 그리고 부동의 득점력을 앞세워 무시무시한 공수 밸런스로 3-1 완승을 챙겼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오는 맨시티전에 대한 기대치는 더 높아진다.

프리미어리그가 시즌의 1/3을 소화한 12월 중순 현재 선두 맨시티는 리그 20개 클럽 중 유일하게 패배가 없다. 14승 1무, 무려 13연승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은 '13'이라는 숫자에 머물러 있다. 한 시즌 14연승은 100년이 넘는 축구종가 프로축구 역사상 단 한 팀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경지다. 그 어떤 팀도 풀지 못한 '펩시티 매직'이 대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대전상대로 무리뉴와 맨유가 나서게 된 형국인 셈이다.
이미지무리뉴가 극단적인 실리축구로 맨시티를 잡거나 적어도 승점 1점을 챙기는 성과를 낼 경우 이는 향후 남은 2017/2018 시즌 판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공할만한 공격 파괴력과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수비 라인으로 거침 없이 계속됐던 맨시티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한 첼시 역시 12월 박싱데이 기간마저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고도의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박싱데이 기간 마지막 승부였던 2017년 초 토트넘 원정에서 0-2 완패를 당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이 내놓은 스리백 맞불작전은 이후 첼시를 상대하는 팀들에게는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모범답안이 됐다.

리그가 최대 격전지로 통하는 박싱데이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맨유의 무리뉴 감독이 '맨시티 난제'를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풀게되면 잠정적으로 확정적인 상태가 되어가던 맨시티 우승에는 당연히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맨유와 무리뉴 감독 입장에서는 심지어 원정도 아닌 올드 트라포드에서 치러지는 라이벌전인 만큼 당당히 '버스'를 세울 개연성도 어느 때보다 충분해 보인다. 더욱이 맨유는 지난해인 2016년 10월 맨시티를 홈으로 불러들인 라이벌전에서 패한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홈에서 40경기 연속 승리를 이어오고 있다. 맨유 입장에서도 이번 맨시티전 패배는 패배 이상의 상처를 남기게 된다.

물론 양팀에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수들이 즐비한 만큼 '닥공'과 화끈한 경기내용을 원하는 팬들의 기대, 언론의 심리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머지 18개 구단의 감독들은 맨유가 경기장 어디에, 어떤 식으로 버스를 세울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더 높다. 맨유의 버스마저 맨시티를 세울 수 없다면, 리그 우승 판도는 예상보다 훨씬 일찍 결정되기 때문이다. 벵거 감독이 아무리 포기하지 않더라도, 지금 맨시티 기세라면, 그리고 이 기세로 박싱데이를 넘기면 이미 2월이 되기도 전에 다른 팀들의 우승 가능성은 자연스레 강제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맨유는 핵심 자원 중 하나인 미드필더 포그바가 지난 15라운드 아스날전에서 받은 경고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으면서 맨체스터 더비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맨유는 베테랑 공격자원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깜짝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맨시티 역시 주전 공격자원 다비드 실바 등 핵심 전력의 선수들이 부상 경고등을 안고 있어 전력이 온전치는 못하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교체 선수까지 리그 최상급 공격자원인 지금의 맨시티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결코 많은 골이 터지지 않을 가능성이 그 어떤 경기보다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90분. 주제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대결이 시즌 첫 킥오프를 앞두고 있다. 경기는 우리 시간으로 11일 월요일 새벽 1시 30분, 맨유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에서 킥오프할 예정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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