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혜의 풋볼프리즘] '박지성이 돌아온다' 레전드 매치의 매력 2017-06-29 16: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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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레전드계에서도 '박지성'이다. 단연 아시아 해외축구 시장 콘텐츠의 핵심이었던 박지성의 가치는 은퇴 이후에도 간간히, 아니 꾸준히 빛을 발하고 있다. 무대는 레전드 매치다. 비록 현역 시절 그가 내달렸던 프리미어리그 정규 리그나 UEFA 챔피언스리그 같은 꿈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경기들은 아니지만 이 레전드 매치에는 또 다른 종류의 '빅재미'가 존재한다. 오는 1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맨유 레전드 팀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캄프 누 경기장을 찾는다. 상대 역시 바르셀로나 레전드 선수들로 구성된 소위 '역대급' 팀이다. 두 팀의 레전드 매치는 양 클럽이 여름 비시즌 기간을 활용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경기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되며 매치는 바르셀로나에서 한 차례, 9월에는 맨유의 홈인 올드 트라포드로 장소를 옮겨 총 2회에 걸쳐 치러진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초, 박지성이 캄프 누 원정으로 치러지는 1차전 맨유 레전드 매치 명단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최근에는 9월에 예정된 2차전에도 출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져 우리 축구팬들 사이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지성은 레전드계의 '막내'인 만큼 90분 풀타임 출전도 유력하다. 물론 선수 전원이 현역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경기가 주는 긴장감이나 선수들의 기량 자체만 놓고 보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번 레전드 매치 역시 그 어떤 경기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들이 존재한다. 사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을 이렇게 의심 없이 확신하는 것은, 그의 현역 시절 결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해외축구 경기를 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말 새벽이면 시도때도 없이 잠을 설치며 일어나 어둠 속 TV 리모컨을 찾고, 축구 중계 채널을 찾는 일은 당시 '해외축구'를 즐기던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다른 손에 쥔 핸드폰으로는 프리뷰 기사란 기사는 모조리 훑으며 '박지성이 선발이냐, 아니냐'는 '확신'을 검색하고, 그 와중에 '선발'이라는 두 글자를 확인했을 때 느끼는 전율까지. 비록 TV화면을 통해서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90분 내내 선발로 뛰는 박지성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숨죽이며 관전하던 '레트로'는 이제 좀처럼 소환하기 힘든 소중한 추억이 됐다. 잠들어 있는 누군가가 깰 까봐 숨죽이며 환호성을 지르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학교를 위해 멍한 눈을 비비며 어중간한 시간대에 정신을 차리는 루틴까지. 사실 요즘에는 시즌 내내 유럽 리그 경기 자체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낮과 밤이 뒤바뀌는 규칙적인 불규칙만 감수한다면 언제든지 리얼타임으로,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편리하게 '해외축구'를 즐길 수 있다. 해외축구라는 생경했던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것 자체에 호불호를 논하는 것 조차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일까. 맨유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매치처럼 이렇게 '대놓고' 추억을 소환하며 돌아오는 이벤트 경기들은 이제 그 시절, 그 때를 회상하게 해주는 특별한 재미가 더해져 더욱 특별한 콘텐츠가 됐다. 지난 2015년 베컴이 주최했던 유니세프 자선경기에 처음 레전드 자격으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레전드 매치'계의 신성이 된 박지성은 특히 올해 6월 초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치러진 '마이클 캐릭' 자선경기에서 압권의 기량을 과시했다. 이 경기는 당시 향후 적어도 1, 2년 동안 레전드 매치에서의 박지성의 가치가 재발견된 경기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맨체스터의 팬들이 경기 중 실시간으로 박지성을 첼시의 은골로 캉테에 비유한 것도 큰 이슈였다. 은퇴한 선수라고는 보기 힘든 활동량과 공수 전반을 넘나드는 박지성 특유의 헌신적인 플레이는 한국을 넘어 맨유팬들에게도 팀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 그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이었을 터다. 물론 달라진 것도 많다. 다소 배가 나온 게리 네빌의 야망 넘치는 허당 슈팅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보는 일이나, 이제는 반백에 가까운 헤어스타일을 가지게 된 골키퍼 판 데 사르의 선방 장면을 보는 신기한 경험들. 역시 레전드계에서는 '막내군'에 속하는 에브라가 마치 현역 시절의 그것처럼 박지성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이나 현역인 웨인 루니가 레전드를 연상시키는 둔한 몸동작으로 공분을 사는 후일담까지. 레전드 매치는 경기가 킥오프 할 때마다 깨알 같은 재미들이 속출한다. 오는 1일 새벽 치러지는 바르사 원정 레전드 매치에는 지난 6월 초 마이클 캐릭 자선경기에 출전했던 '맨유 08 올스타팀'에 차출됐던 맨유 은퇴 선수들이 다시 한 번 대거 재소집됐다. 이들은 레전드 매치 출전으로 한 차례 손발을 맞추며 경기력도 다소 회복된 상태다. 바르사 원정에 앞서 일종의 전력 담금질까지 마친 셈이다. 막내 박지성을 필두로 베르바포트, 루이 사하, 앨런 스미스와 수비수 브라운 등 왕년에 EPL 무대를 휘젓던 선수들이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지는 이번 레전드 매치에서도 흥미진진한 대목. 더군다나 상대가 전설의 히바우두부터 호나우지뉴, 클루이베르트를 필두로 쟁쟁한 스쿼드를 자랑했던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라면 말이다.  추억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에는 '레트로'라는 필터가 존재한다. 그 기억과 과거가 어떤 종류이건 레트로 필터를 씌우는 순간 추억은 대부분 아련한 감정을 자극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종종 추억을 소환하는 일에 열광한다. 레전드 매치도 마찬가지다. 박지성이 돌아온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미지의 공포, '월드컵 탈락' 2017-06-16 15: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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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90년대생들은 모르는 것들'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습니다. '삐삐'라 불렸던 무선호출기나 지금은 단종되어 버린 아이스크림의 맛,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아니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 같은 존재.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들은 '월드컵 탈락'도 무엇인지 모릅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언제나 그 무대에는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니 좀 멀게 잡으면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들까지도 사실 월드컵 탈락이 주는 충격이나 공포를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의 10대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20대와 30대 중반의 세대들에게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국가대표팀을 보는 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혜택이었던 셈입니다. 이 대목에 '혜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일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우리 위의 세대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범근이 있으면 월드컵에서 우승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 그리고 더 윗세대의 어른들에게 월드컵은 언제나 남의 나라 이야기였습니다. 그저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우리와는 아주 상관없는 일. 그랬던 것이 어느 시점 이후 무려 30년 넘게 당연한 일이 된 것은 바로 그 부모 세대들이, 우리의 어른들이 월드컵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안방에서 두 번이나 월드컵을 개최했고,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으면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국 축구가 이렇게까지 발전한 데에는 수 많은 레전드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더 큰 가치를 발하는 순간은, 그것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먼 미래를 위한 것일 때입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맨유에서 뛰고 있던 박지성을 인터뷰 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박지성은 월드컵 개막 훨씬 이전부터 남아공 무대를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힌 상태였습니다. 당연하게도 그의 은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았고, 실제로 은퇴 이후에도 다시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가 추진되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예상가능한 질문이었지만 "남아공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은퇴하는 것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이런 대답을 남겼습니다. "만약 내가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대표팀 명단에 들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대표팀이 더 이상할 것 같지 않나?" 우문에 가까운 호소에 정직할 정도로 원론적인 현답이 돌아와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더 좋은 대표팀이라면, 4년 뒤에는 박지성의 자리에 뛸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 한국 축구는 현실적으로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월드컵 탈락'의 공포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무언가와 마주할 때 가장 큰 공포를 느낀다고 합니다. 공포영화에서 관객이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공포의 대상이 등장했을 때가 아니라 등장하기 바로 그 직전인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지금 다수의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지의 공포, 월드컵 탈락위 위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 정말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어쩌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충격에 담담히 대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과거가 되고, 과거는 종종 망각과 이어진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망각을 반복하는 인간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듯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폐들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월드컵이 아니라 작은 것들부터 바꿔나가는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을 바꾸고, 한 번의 실패를 미래를 위한 발판이 아니라 누군가 개인의 낙인으로 치부하는 문화를 바꾸어 가는, 쉽지 않지만 기본적인 노력들 말입니다. 여전히 자생력을 갖기 위해 허덕이고 있는 K리그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겠죠.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힌 뒤 실패자의 낙인을 찍고 재기불능의 지도자로 바꾼 것은 선택과 선택이 이어져 나온 결과이지 자연재해나 천재지변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습니다. 감독 선임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부의 입맛에 맞게 진행해 온 협회의 선택, 희생양과 책임자가 필요했던 언론의 선택, 비난의 대상이 필요했던 여론의 선택.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는 지금부터의 국가대표팀을 맡게 될 새로운 감독에게 주어지는 것은 '기회'이지 '예정된 실패자의 낙인'이 아닙니다. 미지의 공포와 마주하고 있는 한국 축구계에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기회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의 월드컵이 아니라 더 나은 월드컵을 위해 용기있는 선택을 할 권리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희생양 삼고, 누군가에게 실패의 책임을 모두 전가한 뒤 또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눈 앞의 안위에만 머물지 않을 의무도 있습니다. 언론이나 팬들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자격이 없으면 당장의 월드컵에는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다시 나갈 수 있다는 희망까지 절망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허정무 카드 유력? 대안 없는 축구협회 2017-06-15 18: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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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럽이나 남미 등 축구 선진국들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도중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는 일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의 경우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에 감독 공백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는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15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현직에서 물러났다. 이용수 위원장은 15일 오후 파주에서 5차 기술위를 소집해 슈틸리케 감독과의 계약해지를 발표했으며 본인 역시 "월드컵 최종예선을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대표팀 성적부진에 책임을 통감하며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저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다음이다. 최종예선 도중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하루가 아쉬운 대표팀에는 심각한 전력 공백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눈길은 차기 사령탑에 모아지고 있다. 공식 사퇴를 발표한 이용수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위원장이 오시면 차기 사령탑 선임 문제가 공식 논의될 것이다"고 원칙을 밝힌 뒤 "현 단계에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차기 감독은 국내지도자,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치열한 현장을 경험해 본 인물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분위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도 필요하다"며 차기 감독 후보군의 조건을 제시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 등 관련 인물들에 따르면 허정무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넘겨 받는 것과 관련해 이미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지난 3월 한 차례 논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시 슈틸리케 감독 재신임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문제는 더 최악의 타이밍에 슈틸리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며 내건 차기 감독 조건 등을 종합해 볼 때 '허정무 카드'가 1순위라는 주요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또한 "각오가 되어 있다"는 출사표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던진 상태다. 모든 일들이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협회 내부적으로는 결정된 사항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현재 해외출장 일정 중에 있어 즉각적인 결론까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물론 사퇴를 단행한 현 기술위원장 입장에서 감독 공백으로 인한 잡음을 줄이고 단기간 안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자 떠나는 자의 '예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수 위원장이 밝힌 '국내지도자+월드컵 최종예선 경험'은 말 그대로 사퇴하는 기술위원장의 조언이지 신임 기술위원장 혹은 위기 타개의 책임을 맡아야 할 새로운 대표팀 감독의 이상은 아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원정 16강 성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중의 하나로 당시 대표팀 선수 구성을 꼽는다. 실질적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던 주장 박지성의 존재감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대체도 불가능한 요소다. 단순히 성적 그 자체만을 놓고 감독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허정무 카드'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 또한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던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카드나 또 다른 지도자 후보군 인물들은 어느새 선택지에서 사실상 제외되거나 아예 선택지의 폭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허정무 감독 재선임' 카드는 축구협회가 뼈를 깎는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 아니라 이미 한 차례 논의도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 진통도 적고, 월드컵 최종예선은 물론 본선까지 경험해 본 인물인데다, 협회 내부적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내민 급조된 복안인 셈이다. 향후 100년, 아니 10년을 내다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발전 가능성보다 '월드컵 탈락'이라는 미지의 공포가 두려운 축구협회가 스스로 더 멀리 퇴보하는 길을 택하려는 것은 아닐까. 인물 없는 한국 축구계의 현주소부터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 감독이 최악의 타이밍에 경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스로의 '위기관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축구협회 수뇌부들. 급할 수록 침착하게 가지 않으면, 대안 없는 대안의 댓가는 생각보다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과학은 드라마를 제어하지 못한다 2017-06-09 12: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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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무조건적으로 즐기는 사람은 드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안정적인 상황에서 평온함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일 겁니다. 물론 발전을 위해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6월 중순 현재 대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FIFA U-20 월드컵 코리아'는 향후 축구사에 기록될 만한 대회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된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개막 직후부터 크게 회자되고 있는 '비디오판독(Video Assistant Referees System) 시스템'입니다. 정식명칭의 앞 글자들만을 모아 일명 'VAR'로 불리고 있는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이번 U-20 월드컵 대회에서 그 어떤 선수, 심판보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대회 개막 첫날 치러진 A조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부터 비디오판독에 의한 퇴장선수가 나오면서 월드컵 무대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른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운명의 4강전이 치러진 지난 8일까지 쉬지 않고 맹활약 중입니다.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의 4강전에 등장한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무려 '페널티킥'까지 선언하며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사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FIFA가 공식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VAR'에 대한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갈렸습니다. 하나는 호기심입니다. 비디오판독은 이미 야구나 배구 같은 구기종목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지만 축구의 경우 두 종목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정적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경기의 '흐름'입니다. 심판이 가지고 있는 판정 권한 중에는 '홈 어드밴티지'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축구에서 경기 흐름을 끊거나, 끊지 않는 행위는 그 결정에 따라 경기 승패가 좌우될 정도로 중요한 결정입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스스로 'VAR'을 도입하겠다고 한 FIFA의 결정에는 일단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습니다. 두번째 의문은 당연하게도 '우려'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비디오판독을 통해 오심을 최소화 하겠다는 FIFA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의사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 역시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무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우려'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FIFA는 지난 2016년 12월 일본에서 치러진 클럽월드컵을 통해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국가대항으로 치르는 국제대회에 공식적으로 도입한 것은 이번 U-20 월드컵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클럽 간 경기와 국가대항전에서 '오심'이 가져 올 파장의 후폭풍은 차원이 다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비디오판독으로 인한 판정 번복의 의미와 추후 이어질 논란의 강도 역시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치러진 U-20 월드컵이 비디오판독 도입 첫 공식대회인데다 국제대회였음에도 상대적으로 잡음이 덜했던 것은 이 대회가 성인 월드컵이 아니라 연령별 대회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물론 연령별 대회이기 때문에 판정기준이 허술하다거나 비디오판독 과정에 시행착오가 허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성인 월드컵과 비교했을 때 판독결과의 파장이 가져오는 경중이 다르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U-20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는 것과 성인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하는 것은 해당 국가의 축구계에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며, 그 결과가 갖는 영향력과 파장 또한 차원이 다릅니다. 이것은 해당 대회 자체의 의미나 대표팀 자체의 절대적인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현실적인 차이끼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비디오판독으로 인한 판정이 심각한 논란으로 이어지거나 당사자들 간의 거센 항의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이 비디오판독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의 경기는 이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우려'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합당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였습니다. 이날 경기를 진행한 폴란드 출신의 주심은 후반 4분 결정적인 '비디오판독'을 시행했습니다. 페널티 박스 앞쪽에서 우루과이 공격수 아구스틴 카노비오의 돌파를 저지하던 베네수엘라 수비수 호수아 메히아스의 태클 상황이었습니다. 주심은 메히아스의 태클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경기를 진행했지만 비디오판독 요청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태클을 당한 뒤 경기장에 쓰러져 있던 우루과이 공격수 카노비오가 스스로 일어나 판정에 수긍하고 플레이까지 속개된 상황이었지만 비디오판독 요청이 들어오면서 경기는 잠시 중단됐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후 벌어진 장면입니다. 주심은 박스 안쪽에서 일어난 메히아스의 태클이 위험했다고 판정을 번복한 뒤 우루과이의 페널티킥을 선언했습니다. 키커로 나선 델라크루스가 골을 성공시키면서 0-0이던 전광판의 숫자는 순식간에 1-0으로 뒤바뀌었습니다. 페널티킥을 불지 않은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경기를 진행시켰던 심판부터 PK를 성공시킨 델라크루스까지 경기장 전체가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던 것 만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시도되는 제도인만큼 축구에서 비디오판독을 진행하는 풍경 자체가 여전히 생경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U-20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표팀들은 설령 판정에 불만을 느껴 격렬하게 항의를 하고자 해도 그 방법조차 낯설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이 8일 우루과이와 베네수엘라의 경기처럼 비디오판독을 통해 확인한 장면과 그로 인한 판정이 더 석연치 않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는 더욱 의문입니다. 제도 도입 초창기인 만큼 시행착오와 적응기간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지만 이런 장면이 성인 월드컵 무대에서 벌어졌을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지는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4년을 준비해 온 무대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판정과 오심으로 패배의 멍에를 안아야 하는 것 만큼 불운한 일도 없지만 비디오판독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오심의 피해자가 나온다면 누구보다 권위에 가장 큰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 자신일 겁니다. 더욱이 '판독' 시스템을 천명한 만큼 판정의 공정성이 타격을 입게될 경우 그라운드 위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심판의 권위마저 크게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축구의 본질 그 자체에 대한 위협입니다. 90분 내내 쉬지 않고 플레이하는 축구 종목의 특성상 비디오판독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경기 흐름이 끊기게 되면 그 결정 자체가 승패의 향방을 크게 뒤바꿀 수 있고, 이러한 추세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매력과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제도 도입을 고민하며 FIFA가 이러한 부작용들을 간과한 것은 아닙니다. 대회 개막 직전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어 비디오판독 시스템의 의의를 설명한 FIFA는 이 제도가 심판의 권위를 더욱 확고히 하고, 오심도 최소화 해 축구의 공정한 가치를 더욱 공고히 지켜가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디오판독 시스템은 여전히 숙제가 많아 보입니다. 판독으로 더욱 애매한 판정이 내려지거나, 판독을 해야할 상황에서는 되려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오류들이 이미 이번 U-20 월드컵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이 만능은 아니라는 사실일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FIFA 역시 비디오판독은 심판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장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비디오판독 끝에 PK골을 넣었던 우루과이를 제압한 것은 반드시 승리하고자 했던 베네수엘라의 의지였습니다. 0-1로 뒤지고 있으면서도,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종료되고 추가시간마저 모두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베네수엘라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의지는 그 어떤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승부를 원점으로 몰고 간 베네수엘라는 결국 연장 30분과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혈투 끝에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첫 월드컵 결승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FIFA가 과학의 힘을 빌려 축구의 진보를 꿈꾸고 있다면, 베네수엘라는 자신들의 힘으로 자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과학이 드라마까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향기자 스포톡] ‘메이저 챔프’ 김시우, 6년 전 인터뷰 “... 2017-05-15 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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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전 김시우를 만났다. 그 당시 육민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또래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고 있어 김시우를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로 인터뷰 했었다. 이제는 PGA 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두며 ‘대세’로 올라선 ‘메이저 챔프’ 김시우의 그 당시 인터뷰를 전한다. “원래 공부는 체질에 안 맞았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뛰노는 것을 좋아하니 아버지께서 골프를 권하셨죠.” 시우는 일곱 살 때 골프를 처음 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서 골프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연습한 만큼 느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켜보던 레슨 코치와 아버지 또한 인정하셨고요. 그러다 보니 골프가 더 즐겁더라고요. 골프를 하기 전에 했던 축구와는 다르게 개인 운동이어서 스스로 책임져야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2학년 때는 9개 대회에 출전해 5번 우승하고 나머지 4번은 2위라는 빼어난 성적을 냈다. “스스로 기량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마음에 나간 대회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우승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은 더 높아졌어요. 그러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골프를 정복해 보고 싶은 꿈이 더 강해졌죠.” 중학교 3학년 때인 2010년에는 시도대항골프대회에서 우승했고, 신한동해오픈 초청 선수로 출전해 종합 6위를 차지했다. 함께 플레이를 했던 김경태 등은 김시우의 가장 큰 장점을 ‘침착함’으로 꼽았고 승부 근성과 대범함까지 갖췄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아마도 그건 또래가 아닌 5~6세 나이 많은 형들과 경쟁하면서 배짱이 두둑해져서 그럴 겁니다.” 아버지(김두영 씨)가 말을 이었다.   “어떠한 어려움과 낯선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력을 키우기 위해 골프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지킨 것이 바로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밤 9시에 자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하루 세 끼를 챙겨먹는 것. 가장 기본적이지만 그것부터 지키고 있습니다.” 가장 촉망 받는 주니어 선수였던 김시우. 특별한 연습방법은 없었다. 단지 ‘샷에 대한 믿음을 위한 연습’ 뿐이었다. “샷을 믿을 수 있도록 꾸준한 연습과 긍정적인 생각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시간이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리와 마음에 믿음이 생기도록 끊임없이 연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말을 했다.  ‘잘 나가던’ 시우도 꼴찌를 한 적이 있다.   “동계훈련 때 스윙을 바꿨는데 맞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어요. 동계 훈련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치른 평가전에서 꼴찌를 하고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골프가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꼴찌 후에는 평소 연습량의 7배를 소화하면서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갔고, 이어진 평가전에서 결국은 우승을 했다. “그 때 무리해서 욕심내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 그 당시 김시우의 목표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목표는 PGA투어에 진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존경받는 골퍼가 되는 것이었다. 첫 번째 꿈은 이루지 못했으나 두 번째 꿈은 6년이 지난 오늘, 제 5의 메이저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성공적으로 이룬 것 같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서 최경주 선배님처럼 국위선양과 함께 존경받을 수 있는 골퍼가 되고 싶어요. 그런 다음 올림픽에 나가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습니다.” 김시우의 6년 전 다짐처럼, 김시우에게 오늘의 우승이 앞으로의 선수생활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골프 이향구 기자) SBS골프 홈페이지 ▷ golf.sbs.co.kr  more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개봉임박' 신태용호, 韓 축구 새 희망되길 2017-05-11 15: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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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당시 런던 출국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 현 FIFA 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을 인터뷰한 일이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던 인터뷰 자리였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차범근 부위원장이 "이번에는 축구가 꼭 올림픽 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하던 순간이다. 사실 한국 축구에 있어 '올림픽 메달'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인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도 축구의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던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역대 대표팀 전력과 비교해 최강에 가까운 선수 구성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해도 불가능한 일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범근 현 U-20 조직위 부위원장은 그 인터뷰 당시 몇번이고 '올림픽 메달'의 실현 가능성, 그리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그것은 현실적인 예측이라기 보다는 '반드시 그랬으면 좋겠다'는 강한 희망에 근거한 역설이었지만 그는 축구의 올림픽 메달 꿈을 이야기하는 순간이면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당시의 올림픽 메달을 향한 차범근 부위원장의 바람 그리고 강한 확신이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사실 '당연하게도' 그 뒤에 우리 축구대표팀이 '실제로' 올림픽 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 또 한 번 현실이 되면서 '꿈은 이루어진다'던 2002년의 체험을 살아 생전(?)에 두 번이나 하게 됐다는 소름 돋는 경험도 추가됐다. 그런데 사실 너무나 간절히 후배들의 올림픽 메달을 바라던 차범근 위원장의 바람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 바람이 꼭 현실이 될 것이라 말하던 차범근 부위원장의 '확신'이 가진 근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축구도 올림픽 메달을 가져올 때가 되었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또 확신하던 차범근 부위원장의 바람 뒤에는 새로운 동기부여를 향한 절심함이 존재했다. "2002년에 한국 축구가 정말로 세계 4강에 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기적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 축구는 지난 10년 동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가장 큰 희망을 얻은 것은 선수들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뛰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후배들이 메달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지만 그 일을 이루고 나면 우리 축구 전체가 또 한 번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그것은 후배들의 성공이 또 다른 후배들의, 누군가의 희망이 되어 새로운 기적으로 이어진다는 확신이자 바람이었다. 레전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그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 전체를 관통해 체험하고 확신한 굳은 믿음이 존재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는 강한 신념이기도 했다. 차범근을 보며 자란 수 많은 축구선수들은 언젠가 자신도 유럽무대를 누빌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꿈을 키웠다. 그 꿈이 박지성이라는, 이영표라는, 기성용이나 손흥민이라는 현실이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우리는 2002년의 기적을 통해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실제로 목격했고 이제 그 성과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되어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올림픽 메달 역시, 이제 한국 축구에는 더 이상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월드컵 우승' 같은, 지금은 우스갯 소리에 가까운 꿈도 마찬가지 아닐까. 다만 그런 기적이 현실이 되는 과정에는 반드시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차범근 부위원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동력이다. 엄청나게만 보이는 목표가 무형의 꿈이 아니라 유형의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기적에 가까운 성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그것은 차범근 같은 기적적인 개인의 존재일 수도 있고, 2002 월드컵 같은 역사적인 사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는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남자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개막한다. 남자 U-20 월드컵은 FIFA가 주관하는 수 많은 대회 중에서도 남자 성인 월드컵 다음으로 규모나, 중요성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회다.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스타가 이 대회를 통해 탄생한다. 루이스 피구 같은 선수, 티에리 앙리 같은 전설적인 스타나 지금 축구계를 지배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도 빠짐 없이 이 대회를 등용문으로 삼았다. 누구보다 올해 U-20 월드컵의 성공을 바라고 있는 차범근 부위원장은 지난해 4월에 공식 출범한 조직위에 합류,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 축구 행정가로의 '변신'도 주저하지 않았다. U-20 월드컵 나아가 유소년 축구의 성장이 한국 축구와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그의 축구인생 자체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이다. 차범근 부위원장이 현역 시절을 보낸 독일 축구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차범근 부위원장은 조직위가 주관하는 수 많은 행사에 함께하고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U-20 대표팀과 코칭 스태프들, 관계자들을 독려해 왔다. 당연하게도 공식적인 자리나, 사석에서나 차범근 부위원장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이야기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U-20 월드컵이었다. 2016년 말부터 불거진 국내외 정치적 상황으로 대회가 국민적 관심을 얻기에 더욱 힘든 상황이 계속 되자 그는 만날 때마다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할텐데…"라며 걱정의 끈을 놓지 못했다. 런던 올림픽 메달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의 성공이 앞으로 축구선수를 꿈꾸는 수 많은 유소년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었을 터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남자 성인대표팀은 기나긴 시행착오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한 번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하며 봉합했던 문제도, 새 외국인 감독과의 밀월기간도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장기적인 비전을 찾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졌다. 우리는 그 근본적인 해결책 중 하나가 유소년 축구의 탄탄한 성장과 성과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올해 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사에 있어 그 결과와 현재를 가늠하는 중요한 무대다. 수많은 축구팬들이 이제는 '달라진 한국 축구'를 보고 싶다고 말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한국 축구가 중국에까지 밀리는 지경이 되었냐며 발을 동동구르는 이들도 있다. 선수들이 달라졌고, 환경이 달라졌는데 대표팀은 정체만을 반복할 뿐 오히려 팬들이 '축구'를 보며 울고, 웃던 과거의 열정과 환희를 재연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 저기에서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K리그의 열악한 상황이나 침체 분위기는 더하다. 물론 대표팀의 성장에 편승해 혹은 오로지 대표팀에만 열광하는 축구 소비 문화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유럽처럼 100년 넘는 역사와 산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 현실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까지 무턱대고 부정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번 U-20 월드컵 대회가 한국 축구의 새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대회일 지도 모른다. 현재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U-20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은 대부분 1997년생 혹은 1998년생이다. 최전방 공격수 조영욱이 1999년생으로 가장 어리다. 선수들 대부분이 2002 월드컵을 리얼 타임으로 경험했고, 새로운 체질의 유소년 축구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축구 환경에서 성장했다. K리그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해 이미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있고, 벌써 해외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유소년 시절을 FC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선수들도 있다. 성적지상주의에 만연해 있던 과거의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토양에서 성장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올해 U-20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은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대부분이 이전과는 다른 축구를 하고 싶어하고 또 하려하는 자원들이다. 물론 그것은 성인 레벨의 대회나 대표팀이 아니기에 할 수 있는 축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기에도 그리고 하는 이들도 즐거운, 화끈한 축구를 지향하는 분위기가 출범 이후부터 줄곧 신태용호의 근간에 깔려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우리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대표팀의 새로운 미래와 맞닿아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절체절명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성인 대표팀의 상황과 극단적으로 선을 그을 수는 없겠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보는 팬들 모두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만은 오차 없이 동일하지 않을까. 이것은 성인대표팀을 절망해서도, 부정해서도 아니다. 또 다른 동력을 위해서다. 더욱이 신태용호가 이번 U-20 월드컵을 통해 발견하고 제시하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은 더 먼 훗날 축구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같은 길을 가려는 꿈을 가진 수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마치 2002 월드컵이 지금의 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월드컵 우승' 같은 우스갯 소리에 가까운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세계의 내로라 하는 축구 강국들 역시 U-20 같은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꿈과 가능성을 확인한다. 유로 2000, 유로 2004 당시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충격에 빠졌던 독일 축구는 막대한 시간을 들여 자국의 유소년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충격으로부터 10년 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선수들 대부분은 이 시기를 거치며 성장한 유망주들이었다. 상황이나 결과는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신태용호의 도전과 미래가 가지고 있는 의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희망은 언제나 새로운 기적에서 시작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이은혜의 풋볼프리즘] 진화하는 손흥민, 남다른 세리머니의 '가치' 2017-04-19 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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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리얼타임 레전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존재한다. 하나는 도전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이미 이룬 업적만으로도 아시아 축구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놀랍게도 손흥민의 도전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다. 또 다른 의미는, 바꿔 말하면 손흥민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레전드라는 점이다. 시대가 달라졌고, 환경이 변한 만큼 레전드를 정의하는 기준도 예전과 같을 수는 없다. 새로운 유형의 레전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동작이다. 흔히 유럽 축구계에 도전하는 아시아 선수들은 엄격한 이중 잣대의 평가기준을 적용받는다고들 말한다. 유럽에 진출했을 정도니 자국에서는 당연하게도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자랑하는 선수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동시에 축구의 수준이나 경쟁에 있어 차원이 다른 유럽무대, 즉 자신의 소속팀에 돌아가면 완전히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된다. 여기에 유럽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일상적으로 감수해야 하는 장거리 이동, 신체적 조건 등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물리적 불리함들까지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레전드'라는 호칭까지 부여 받은 선수라면 기량 그 자체가 최고 수준인 것은 물론이고 그 이면에서 철저한 노력을 바탕으로 유럽 태생 선수들의 장점까지도 압도할 수 있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흔히 차범근, 박지성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강점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역 시절 세계 최고의 기량들이 모였다는 유럽에서도 쉽게 대체하기 힘든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었다. 그런데 손흥민이 두 선배의 업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또 뛰어넘고 있는 지금, 새로운 기록이 쓰여질 때마다 반드시 동반 되는 장면이 있다. 바로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다. 이번 시즌 초반부터 간간히 보여지던 일련의 흥겨운 세리머니 동작들은 올해 4월 들어 손흥민이 또 한 번 골 폭풍을 몰아치면서 잉글랜드 현지는 물론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하나의 상징적인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세리머니 그 자체에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평소 훈련장에서, 연습시간 등을 활용해 팀 동료들과 재미삼아 다양한 동작의 세리머니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는 흥겨운 리듬을 타며 약속된 포즈를 취하고, 악수를 나누며 마무리 하는 방식이다. 다만 동작은 세리머니를 하는 상대에 따라서 각각 다르고 또 꽤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런 까닭인지 요즘 일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토트넘 선수들은 골 넣는 것 보다 세리머니 외우는 게 더 힘들 것 같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토트넘 구단 SNS도 손흥민의 이 '신기한' 셰이크 동작을 수차례 공유하며 열광하는 모습을 몇차례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과 일일히 다른 동작으로 악수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의 모습을 따로 찍어 동영상으로 올린 적도 있다. 물론 이런 세리머니 장면은 사실 축구뿐만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서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토트넘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포그바 등이 팀 동료와 함께 자신들만의 약속된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등 젊은 선수들에게는 최근 골 뒤풀이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클럽 유벤투스나 레알 마드리드의 슈퍼스타 호날두 등 세계 각국의 리그에서 다양한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동료와 함께 재치 넘치는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있다. '그깟' 세리머니에 무슨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냐고 누군가 반문한다면 그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옳고, 그름의 차원을 떠나 세리머니는 사실 성공의 담보이고, 더 중요한 것은 '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발한 세리머니를 개발했다 한들 경기장 위에서 실력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제아무리 라커룸 분위기가 좋고, 친화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성적과 결과가 없으면 훗날 이름조차 남길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이유는 손흥민이 그 세리머니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럽에 진출한 아시아 축구선수 중 이토록 팀 분위기를 선도하는 선수는 사실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의 설움과 마주하거나 기량상, 포지션상, 팀을 위해 희생하고 또 헌신하는 이미지가 강한 유형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걔중 일부는 스폰서 등 이런 저런 경기 외적 요인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아시아 선수가 자신이 가진 기량 그 자체만으로 팀의 중심에 섰다는 것도 놀라운데 엄청난 친화력으로 팀 분위기까지 주도하고 있는 장면은 사실 지구 반대편에서 손흥민을 바라보는 우리 팬들에게조차 '생경한' 감정이다. 일찌감치 유럽으로 건너간 탓에 1차적으로는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고, 정서나 문화에 있어서도 서양의 그것에 큰 이질감이 없는 손흥민이지만 골을 넣을 때마다 보여주는 당당하기까지한 특유의 세리머니는 지금까지 현지 팬들의 눈조차 휘둥그레 만드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 특유의 '오글거림'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손흥민의 가치는 그 수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됐고, 토트넘 팬들에게도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는 곧 승리의 상징이 됐다. 더욱이 그 이면에는 손흥민이 각종 편견과 난관들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레전드임을 보여주는 '가치'도 내재되어 있다. 축구에서 특히 공격수 포지션의 선수는 팀 동료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 없이는 팀 내 입지를 다지기가 절대적으로 힘들다. 고도의 신체능력과 천부적인 기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팀 동료들로부터 상대 문전 앞에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임을 얻어야 비로소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금의 호날두가 된 것은 '홀로날두'의 시기를 거치며 팀 동료를 활용할 줄 알고, 나아가 팀과 함께할 줄 아는 더 영리하고 성숙한 선수로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손흥민이 팀 동료들과 보여주는 세리머니는 그가 공격수로서 완벽히 팀에 녹아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얼마나 철저히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증거가 아닐까. 갈색폭격기 차붐이 그랬던 것처럼, 언성히어로 박지성이 그랬던 것처럼 손흥민은 지금 자신만의 방식으로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새로운 레전드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유럽 축구 리그에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가, 이토록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또 즐겁게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것임에 분명하다. 골을 넣고 아이처럼 활짝 미소를 짓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외우기에도 복잡해 보이는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 수 많은 편견이나 단점, 불리함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아시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선두권 팀에서 'No. 7'을 달고 한 시즌에 무려 20골 가까운 득점을 올렸다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손흥민의 이 '핸드셰이크' 세리머니는 오랫동안 떠오를 상징적인 장면이 될 듯 하다. 그리고 모든 레전드들이 증명하고 있는 사실. 불가능이란, 정말 없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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